
A Dog of Flanders (1999) - IMDb

플랜더스의 개 (A Dog of Flanders)
위다 지음/김영진 옮김(자화상 출판사)



1. 넬로와 파트라슈의 만남
넬로는 마을 어귀의 작은 오두막에서 예한 다스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었어요. 소년과 할아버지는 몹시도 가난했습니다. 끼니를 굶는 날도 많았거든요.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웃집 젖소에서 짜낸 우유를 작은 수레에 싣고 안트베르펜까지 대신 배달해주 것뿐이었어요. 하지만 나이 들어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에겐 수레를 끄는 일조차 버거웠습니다. 그래도 소년은 행복했습니다. 언제나 밝은 웃음을 잃지 않고 가진 것에 만족하며 살았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이들은 풀숲에서 매맞아 쓰러져 있는 커다란 개 '파트라슈'를 발견하게 되지요. 할아버지와 넬로는 파트라슈를 집으로 데려와 정성껏 보살핍니다.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던 파트라슈는 기적처럼 다시 일어서고, 할아버지와 소년의 둘도 없는 가족이 됩니다.

2. 화가의 꿈
소년 넬로에게는 꿈이 있었어요. 루벤스처럼 위대한 화가가 되는 것이었죠. 페테르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는 바로크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입니다. 넬로가 사는 곳은 화가 루벤스가 태어난 고향, 플랑드르 지방이예요. 지금의 벨기에에 속한 지역이죠. 루벤스는 플랑드르의 자랑이었어요. 넬로는 마을 곳곳에 남은 루벤스의 작품을 보며, 루벤스를 한없이 동경합니다. 나도 언젠가는 루벤스처럼 위대한 화가가 될 거야!
넬로는 그림을 배운 적도 없었고 색색의 물감을 살 돈도 없었어요. 지금 가지고 있는 조잡한 미술 도구도 끼니를 숱하게 거리며 겨우 마련한 것이었죠. 넬로는 돌 위에 석필로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오두막에 있는 작은 헛간에서 거친 판재로 이젤을 만들어 놓고, 종이 위에 그림을 그렸어요. 그나마도 자신이 본 것을 하얀색과 검은색으로 밖에 표현할 수 없었지만 꿈을 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년은 행복했습니다.
넬로는 매년 안트베르펜에서 열리는 상금 200프랑이 걸린 그림 대회에 작품을 출품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만약 우승하면 경제적으로 독립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고, 열정 하나만으로 열렬히 동경하던 예술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첫 발을 내딛을 수 있게 되는 것이었죠. 루벤스님이 아신다면 내게 상을 주실 지도 몰라!

3. 소년의 깊은 고민
이렇게 행복한 넬로에게도 고민이 있었습니다.
‘루벤스의 도시’ 안트베르펜에는 루벤스가 살던 집이 있고 죽은 뒤에 잠든 묘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지역에서 가장 높은 첨탑이 있는 성당에는 루벤스가 남긴 거대한 그림들이 걸려 있지요. 소년은 그 그림들을 몹시도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돈이 없으면 그림을 볼 수 없었어요. 아무에게나 보여주지 않겠다는 듯 언제나 커다란 천이 그림을 가리고 있었거든요. 우유를 배달하러 갈 때마다 넬로는 어김없이 성당으로 달려갔습니다. 루벤스의 그림을 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면서요.
한편, 넬로에게는 친구 아로아가 있었어요. 아로아는 마을에서 제일 수완이 좋은 방앗간의 딸이었어요. 넬로와 아로아는 서로 좋아했지만, 결국 어울려 놀 수 없게 돼요. 넬로가 아로아의 초상화를 그리다가 아로아의 아버지인 코제씨의 미움을 사게 됐거든요. 코제씨는 가난한 넬로가 자신의 딸과 어울리는 것이 못마땅했어요. 방앗간에 불이 나자, 코제씨는 넬로에게 누명을 씌웁니다. 마을 사람들은 코제 씨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넬로와 파트라슈를 따돌리게 됩니다.
넬로와 파트라슈는 마을 축제에도 초대받지 못한 채 외톨이가 됩니다. 추운 겨울은 이들에게 너무나 혹독했어요. 마을 사람들은 더 이상 넬로에게 우유배달을 맡기지 않게 되었고 끼니를 굶는 날이 많아졌어요. 설상가상으로 어느날 밤 연로하신 예한 다스 할아버지도 이들 곁을 떠나게 됩니다. 할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나니 수중에는 남는 돈이 없이 하나도 없었어요. 넬로는 월세를 내지 못해 오두막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돼요. 더욱이 이 날은 그림 대회의 결과가 발표되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소년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지 않은 걸 알고 너무나 슬퍼합니다.

4. 그림 앞에서
끝내 정든 오두막을 떠나야 하는 넬로와 파트라슈, 눈보라가 몰아치는 밤 둘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루벤스의 그림이 걸려 있는 성당이었어요. 넬로가 문이 열린 성당 안으로 들어가자, 창밖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달빛에 비친 루벤스의 그림이 마침내 그 찬란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넬로는 평생의 소원을 이룬 듯 기뻐하지만,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추위 속에서 떨던 넬로의 생명은 그림 앞에서 꺼져가고 있었습니다.
한편, 성당으로 향하던 길에 파트라슈는 눈밭에서 잃어버린 코제 씨의 지갑을 발견합니다. 거기엔 코제씨의 전 재산이 들어있었죠. 넬로는 파트라슈를 코제씨의 집으로 보내 지갑을 전해줍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코제씨는 그동안 넬로에게 모질게 대한 것을 후회하며, 넬로를 따뜻하게 맞아 줄 준비를 합니다. 하지만 파트라슈는 이를 거절하고 넬로가 혼자 있는 성당으로 달려갑니다. 넬로와 파트라슈는 서로에게 기댄 채, 그렇게 보고싶어하던 그림 앞에서 함께 죽음을 맞습니다.
다음 날, 넬로의 재능을 알아본 한 화가가 찾아와 그림대회 결과를 정정합니다. 사실 상을 받았어야 할 아이는 넬로였단 것을요. 이렇게 이야기는 비극적으로 끝나고 맙니다.
5. 루벤스의집과 넬로가 보고싶어하던 그림

안트베르펜에 있는 루벤스의 집
출처 https://www.gpsmycity.com/attractions/rubenshuis-(rubens-house)-33149.html

안트베르펜 대성당. 넬로가 보고싶어하던 그림이 걸려 있다.
출처 : https://www.mmnieuws.nl/article/telling-a-christian-story-the-missions-of-the-cathedral-of-our-lady-in-antwerp/

넬로가 보고싶어했던 그림 <십자가에 올려지는 그리스도>
Peter Paul Rubens - Raising fo the cross
[리뷰] ‘플랜더스의 개' 를 읽고 : 소년이 가진 것과 행복에 대하여
어렸을 때 플랜더스의 개를 처음 읽고 나는 소년과 파트라슈의 삶이 너무 가엾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른이 될 때까지 '이 동화는 마음아프고 슬픈 이야기야'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순수한 아이와 천진난만한 개가 가난으로 고통받는 모습이 가슴 아팠던 것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두 번째로 이 책을 읽었을 때에는, 소년이 가진 꿈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넬로는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위대한 화가의 꿈을 꾸었다.
그가 비록 꿈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것은 안타까웠지만,
꿈을 이루어졌는가와 별개로, 대회에 작품을 출품하려고 매일 그림을 그리던 순간의 소년의 부푼 마음과 기대감을 생각해본다면 우리가 소년을 가엾어 하는 건 쓸데 없는 걱정인지 모른다.
그리고 엊그제 이 책을 읽었을 때 나는 우리의 생각과 달리 소년의 삶은 무척이나 행복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타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소년의 삶은 비극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소년, 파트라슈 그리고 할아버지는 불평하지 않고, 자신을 남과 비교하지 않으며, 감사하는 천성을 타고 났다.
p. 25
파트라슈는 큰 길을 오가며 새벽부터 밤까지 애써 일하면서도 매질과 욕지거리만 듣고 살다가 굶어 죽거나 얼어 죽어서야 고통에서 해방되는 개를 많이 보았다. 그래서 자신의 운명에 감사했으며 이보다 더 멋지고 훌륭한 삶은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주린 배를 안고 잠자리에 들 때도 많았고, 울퉁불퉁하고 날카로운 길바닥에 부드러운 발바닥이 베이는일도 많았다. 또한 한여름의 땡볕 속에서, 살을 에는 동틀 무렵의 겨울 추위 속에서 일해야 했다. 체력이 강한 파트라슈라도 힘에 부쳤지만 언제나 감사하고 만족해하면서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
p.40
하지만 넬로는 불평하지 않았다. 불평하지 않는 것은 그의 천성이었다. 예한 다스 할아버지는 항상 손자에게 말했다. "우리는 가난하다. 신이 준대로 받아들여야 해."
넬로는 존경하는 할아버지의 말을 항상 침묵하며 새겨 들었다.그렇지만 특별한 재능이 있는 아이의 가슴 속에서 어떤 희미하고 달콤한 희망의 목소리가 속삭였다. "가난한 사람도 때로는 선택할 수 있단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훌륭한 사람이 되는 길을 선택하면 남들에게 거부당하지 않을 수있어."
소년이 가진것 단 하나, 파트라슈
하지만 소년이 행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가진게 적은 축에 속하지만 가진 것에서 만족함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슴 속에 어려운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넬로와 파트라슈는 사람들의 걱정과 달리 이들만의 멋진 세상에서 살았다.
주어진 환경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운명을 어떻게 개척하고, 어떤 자세로 살아갈 것인가는 우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플랜더스의 개, 단순히 '좌절된 꿈'이라는 슬픈 이야기보다는, 긍정적인 메세지를 주는 멋진 책으로 조금 다르게 기억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고, 좋아하는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가 생각났다.
젊은 작가가 나이든 제로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그랜드 부다페스트호텔이 사라져버린 구스타브의 세상과 당신의 삶을 이어주는 끈인가요?"
제로의 대답이 내가 생각하는 넬로의 삶을 한 줄로 표현해준다.
“(Mr. Moustafa) I think his world ended long before he even entered it. Although I must say, he certainly maintained the illusion with a marvelous grace.”
― Wes Anderson, The Grand Budapest Hotel: The Illustrated Screenplay
내 생각에 구스타브의 세상은 그가 들어서기 전에 이미 사라졌네.
그는 그저 자신의 환상 속에서 멋지게 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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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Dog of Flanders (1999) - IMDb

플랜더스의 개 (A Dog of Flanders)
위다 지음/김영진 옮김(자화상 출판사)



1. 넬로와 파트라슈의 만남
넬로는 마을 어귀의 작은 오두막에서 예한 다스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었어요. 소년과 할아버지는 몹시도 가난했습니다. 끼니를 굶는 날도 많았거든요.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웃집 젖소에서 짜낸 우유를 작은 수레에 싣고 안트베르펜까지 대신 배달해주 것뿐이었어요. 하지만 나이 들어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에겐 수레를 끄는 일조차 버거웠습니다. 그래도 소년은 행복했습니다. 언제나 밝은 웃음을 잃지 않고 가진 것에 만족하며 살았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이들은 풀숲에서 매맞아 쓰러져 있는 커다란 개 '파트라슈'를 발견하게 되지요. 할아버지와 넬로는 파트라슈를 집으로 데려와 정성껏 보살핍니다.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던 파트라슈는 기적처럼 다시 일어서고, 할아버지와 소년의 둘도 없는 가족이 됩니다.

2. 화가의 꿈
소년 넬로에게는 꿈이 있었어요. 루벤스처럼 위대한 화가가 되는 것이었죠. 페테르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는 바로크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입니다. 넬로가 사는 곳은 화가 루벤스가 태어난 고향, 플랑드르 지방이예요. 지금의 벨기에에 속한 지역이죠. 루벤스는 플랑드르의 자랑이었어요. 넬로는 마을 곳곳에 남은 루벤스의 작품을 보며, 루벤스를 한없이 동경합니다. 나도 언젠가는 루벤스처럼 위대한 화가가 될 거야!
넬로는 그림을 배운 적도 없었고 색색의 물감을 살 돈도 없었어요. 지금 가지고 있는 조잡한 미술 도구도 끼니를 숱하게 거리며 겨우 마련한 것이었죠. 넬로는 돌 위에 석필로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오두막에 있는 작은 헛간에서 거친 판재로 이젤을 만들어 놓고, 종이 위에 그림을 그렸어요. 그나마도 자신이 본 것을 하얀색과 검은색으로 밖에 표현할 수 없었지만 꿈을 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년은 행복했습니다.
넬로는 매년 안트베르펜에서 열리는 상금 200프랑이 걸린 그림 대회에 작품을 출품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만약 우승하면 경제적으로 독립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고, 열정 하나만으로 열렬히 동경하던 예술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첫 발을 내딛을 수 있게 되는 것이었죠. 루벤스님이 아신다면 내게 상을 주실 지도 몰라!

3. 소년의 깊은 고민
이렇게 행복한 넬로에게도 고민이 있었습니다.
‘루벤스의 도시’ 안트베르펜에는 루벤스가 살던 집이 있고 죽은 뒤에 잠든 묘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지역에서 가장 높은 첨탑이 있는 성당에는 루벤스가 남긴 거대한 그림들이 걸려 있지요. 소년은 그 그림들을 몹시도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돈이 없으면 그림을 볼 수 없었어요. 아무에게나 보여주지 않겠다는 듯 언제나 커다란 천이 그림을 가리고 있었거든요. 우유를 배달하러 갈 때마다 넬로는 어김없이 성당으로 달려갔습니다. 루벤스의 그림을 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면서요.
한편, 넬로에게는 친구 아로아가 있었어요. 아로아는 마을에서 제일 수완이 좋은 방앗간의 딸이었어요. 넬로와 아로아는 서로 좋아했지만, 결국 어울려 놀 수 없게 돼요. 넬로가 아로아의 초상화를 그리다가 아로아의 아버지인 코제씨의 미움을 사게 됐거든요. 코제씨는 가난한 넬로가 자신의 딸과 어울리는 것이 못마땅했어요. 방앗간에 불이 나자, 코제씨는 넬로에게 누명을 씌웁니다. 마을 사람들은 코제 씨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넬로와 파트라슈를 따돌리게 됩니다.
넬로와 파트라슈는 마을 축제에도 초대받지 못한 채 외톨이가 됩니다. 추운 겨울은 이들에게 너무나 혹독했어요. 마을 사람들은 더 이상 넬로에게 우유배달을 맡기지 않게 되었고 끼니를 굶는 날이 많아졌어요. 설상가상으로 어느날 밤 연로하신 예한 다스 할아버지도 이들 곁을 떠나게 됩니다. 할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나니 수중에는 남는 돈이 없이 하나도 없었어요. 넬로는 월세를 내지 못해 오두막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돼요. 더욱이 이 날은 그림 대회의 결과가 발표되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소년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지 않은 걸 알고 너무나 슬퍼합니다.

4. 그림 앞에서
끝내 정든 오두막을 떠나야 하는 넬로와 파트라슈, 눈보라가 몰아치는 밤 둘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루벤스의 그림이 걸려 있는 성당이었어요. 넬로가 문이 열린 성당 안으로 들어가자, 창밖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달빛에 비친 루벤스의 그림이 마침내 그 찬란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넬로는 평생의 소원을 이룬 듯 기뻐하지만,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추위 속에서 떨던 넬로의 생명은 그림 앞에서 꺼져가고 있었습니다.
한편, 성당으로 향하던 길에 파트라슈는 눈밭에서 잃어버린 코제 씨의 지갑을 발견합니다. 거기엔 코제씨의 전 재산이 들어있었죠. 넬로는 파트라슈를 코제씨의 집으로 보내 지갑을 전해줍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코제씨는 그동안 넬로에게 모질게 대한 것을 후회하며, 넬로를 따뜻하게 맞아 줄 준비를 합니다. 하지만 파트라슈는 이를 거절하고 넬로가 혼자 있는 성당으로 달려갑니다. 넬로와 파트라슈는 서로에게 기댄 채, 그렇게 보고싶어하던 그림 앞에서 함께 죽음을 맞습니다.
다음 날, 넬로의 재능을 알아본 한 화가가 찾아와 그림대회 결과를 정정합니다. 사실 상을 받았어야 할 아이는 넬로였단 것을요. 이렇게 이야기는 비극적으로 끝나고 맙니다.
5. 루벤스의집과 넬로가 보고싶어하던 그림

안트베르펜에 있는 루벤스의 집
출처 https://www.gpsmycity.com/attractions/rubenshuis-(rubens-house)-33149.html

안트베르펜 대성당. 넬로가 보고싶어하던 그림이 걸려 있다.
출처 : https://www.mmnieuws.nl/article/telling-a-christian-story-the-missions-of-the-cathedral-of-our-lady-in-antwerp/

넬로가 보고싶어했던 그림 <십자가에 올려지는 그리스도>
Peter Paul Rubens - Raising fo the cross
[리뷰] ‘플랜더스의 개' 를 읽고 : 소년이 가진 것과 행복에 대하여
어렸을 때 플랜더스의 개를 처음 읽고 나는 소년과 파트라슈의 삶이 너무 가엾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른이 될 때까지 '이 동화는 마음아프고 슬픈 이야기야'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순수한 아이와 천진난만한 개가 가난으로 고통받는 모습이 가슴 아팠던 것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두 번째로 이 책을 읽었을 때에는, 소년이 가진 꿈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넬로는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위대한 화가의 꿈을 꾸었다.
그가 비록 꿈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것은 안타까웠지만,
꿈을 이루어졌는가와 별개로, 대회에 작품을 출품하려고 매일 그림을 그리던 순간의 소년의 부푼 마음과 기대감을 생각해본다면 우리가 소년을 가엾어 하는 건 쓸데 없는 걱정인지 모른다.
그리고 엊그제 이 책을 읽었을 때 나는 우리의 생각과 달리 소년의 삶은 무척이나 행복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타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소년의 삶은 비극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소년, 파트라슈 그리고 할아버지는 불평하지 않고, 자신을 남과 비교하지 않으며, 감사하는 천성을 타고 났다.
p. 25
파트라슈는 큰 길을 오가며 새벽부터 밤까지 애써 일하면서도 매질과 욕지거리만 듣고 살다가 굶어 죽거나 얼어 죽어서야 고통에서 해방되는 개를 많이 보았다. 그래서 자신의 운명에 감사했으며 이보다 더 멋지고 훌륭한 삶은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주린 배를 안고 잠자리에 들 때도 많았고, 울퉁불퉁하고 날카로운 길바닥에 부드러운 발바닥이 베이는일도 많았다. 또한 한여름의 땡볕 속에서, 살을 에는 동틀 무렵의 겨울 추위 속에서 일해야 했다. 체력이 강한 파트라슈라도 힘에 부쳤지만 언제나 감사하고 만족해하면서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
p.40
하지만 넬로는 불평하지 않았다. 불평하지 않는 것은 그의 천성이었다. 예한 다스 할아버지는 항상 손자에게 말했다. "우리는 가난하다. 신이 준대로 받아들여야 해."
넬로는 존경하는 할아버지의 말을 항상 침묵하며 새겨 들었다.그렇지만 특별한 재능이 있는 아이의 가슴 속에서 어떤 희미하고 달콤한 희망의 목소리가 속삭였다. "가난한 사람도 때로는 선택할 수 있단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훌륭한 사람이 되는 길을 선택하면 남들에게 거부당하지 않을 수있어."
소년이 가진것 단 하나, 파트라슈
하지만 소년이 행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가진게 적은 축에 속하지만 가진 것에서 만족함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슴 속에 어려운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넬로와 파트라슈는 사람들의 걱정과 달리 이들만의 멋진 세상에서 살았다.
주어진 환경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운명을 어떻게 개척하고, 어떤 자세로 살아갈 것인가는 우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플랜더스의 개, 단순히 '좌절된 꿈'이라는 슬픈 이야기보다는, 긍정적인 메세지를 주는 멋진 책으로 조금 다르게 기억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고, 좋아하는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가 생각났다.
젊은 작가가 나이든 제로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그랜드 부다페스트호텔이 사라져버린 구스타브의 세상과 당신의 삶을 이어주는 끈인가요?"
제로의 대답이 내가 생각하는 넬로의 삶을 한 줄로 표현해준다.
“(Mr. Moustafa) I think his world ended long before he even entered it. Although I must say, he certainly maintained the illusion with a marvelous grace.”
― Wes Anderson, The Grand Budapest Hotel: The Illustrated Screen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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