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껏 함께한 적이 없었던 두 사람을 함께하게 해보라. 때로는 세상이 변할 때도 있지만, 그러지 않을 때도 있다. 그들은 추락해 불에 타오를지도 모른다. 혹은 타올라서 추락하거나. 그러나 때로, 새로운 일이 벌어지면서 세상이 변하기도 한다. 함께할 때 그들은 더 멀리, 그리고 더 선명하게 본다.
1. 작가 소개
우리나라에서는 한강씨가 맨부커상을 수상한 적이 있다. 이 책을 쓴 '줄리언 반스'도 한강보다 이전에 맨부커상 후보에 3번이나 오른 사람이다. 그는 영국태생으로 사랑 이야기를 쓰는데 능숙한 작가였으며 우리에게 잘 알려진 그의 책으로는《플로베르의 앵무새》《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등이 있다.
그의 소설들은 그에게 각국의 중요한 문학상들을 안겨 주었다. 그는 1980년 처음 발표한 처녀작 《메트로랜드》로 서머싯몸 상을 수상하고, 프랑스에서는《플로베르의 앵무새》로 메디치상을, 《내말좀 들어 봐》로 페미나상을 받았고, 독일에서는 1993년 함부르크의 퇴퍼 재단에서 주는 셰익스피어상을 받았다. 그는 옥스포드 대학을 졸업하고, 영어 사전 편찬자이자 영화 평론가로 일을 하며 꾸준히 소설을 집필하였고 이후 저명한 전업작가로 자리매김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잘 나가던 그의 삶에도 비극의 그림자가 드리우게 된다. 문학 에이전트이자 아내인 팻 캐버나와 사별하게 된 것이다. 팻 캐버나는 그에게 동료이자 인생의 동반자였다. 그는 아내의 죽음으로 이루말할 수 없는 상실감에 빠졌다. 실제로 그의 소설 대부분은 아내에게 바쳐진 것이다.
2. 책 소개
이 책은 줄리언 반스가 그의 아내 팻 캐바나와 사별한 지 5년 만에 내놓은 에세이이자 회고록이다.
책 속에는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의 이미지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원작 제목은 원래 ‘Levels of Life’로 한글로 번역하면 '인생의 층위들'이다.
1부에서 3부까지 각각 하늘, 땅, 지하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높은 하늘에서 시작해서 지하세계로 하강하는 오르페우스처럼 말이다.

1. 제1부 비상의 죄 - 하늘
제1장은 19세기 후반 기구를 타고 하늘에 올라갔던 세 명의 실존인물
프레드 버나비, 사진작가 나다르,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에 대한 이야기이다.
또한 열기구(비행)과 사진술에 관한 일종의 역사서이자 르포르타주이다.
이제껏 하나인 적이 없었던 두 가지를 하나로 합쳐보라. 때로는 합쳐질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최초로 열기구를 타고 상승했던 필라트르 드 로지에는 두 가지를 하나로 합쳤고, 1785년 6월 15일 순풍이 부는 듯 보이자 파 드 칼레에서 비상을 감행했다. 멋진 신기계는 신속히 떠올랐지만, 해안선에 미처 가 닿기도 전에 수소 풍선 윗부분에서 불꽃이 이는 것이 보였다. 모든 것이, 희망에 찬 기구 전체가, 한 목격자의 관찰에 따르면 마치 천상의 가스등처럼 보이다가 지상으로 추락했고, 두 파일럿 모두 죽고 말았다.
열기구를 타고 하늘로 날아오른 기쁨도 잠시, 모험가들은 결국 지상으로 추락해 죽고 만다.
이 책의 제목처럼 사랑은 그렇게 아름다운 장밋빛으로 끝나지 않는다.
삶은 유한하고, 이 세상은 우리가 있기 전부터 있어왔고 우리가 죽은 후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이 비극으로 끝나더라도 사랑을 했던 기억은 오랫동안 남아 남겨진 사람을 살아가게 한다.
이것이 바로 사랑이 가진 속성이고 사람들이 사랑을 갈망하는 이유이다.

2. 제2부 평지에서 - 땅
모든 사랑이야기는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아니었대도, 결국 그렇게 된다. 누군가는 예외였다고 해도, 다른 사람에게 어김없다. 때로는 둘 모두에게 해당되기도 한다. 그런데도 어찌하여 우리는 끊임없이 사랑을 갈망하는 것일까. 그것은 사랑이 진실과 마법의 접점이기 때문이다.
3. 제3부 '깊이의 상실' - 지하세계
그녀는 인생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녀의 육신, 그녀의 영혼, 그녀가 인생에 대해 품었던 빛나는 호기심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제 인생은 더 이상 그녀의 빛나는 호기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통은 기억에 풍미를 더해준다.
고통은 사랑의 증거다.
3부는 작가 줄리언반스가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심경을 털어놓은 에세이다. 앞선 1부와 2부가 상징적인 성격을 갖는 픽션이었을 뿐이라면, 3부는 작가 자신의 성찰을 그린 부분이자 진실된 회고록이다. 그는 사별의 아픔이 사랑의 깊이를 상실하는 데서 생겼다고 말한다.
'하나의 죽음은 그 자체를 설명할 수 있을지 몰라도, 다른 죽음에는 한줄기 빛조차 비추지 못한다'
그는 E. M. 포스터의 말을 인용하면서, 사별 이후에 찾아 오는 비탄의 감정은 상상불가능할 뿐 아니라 절대로 미리 대비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휘몰아친 아내의 죽음이라는 횡포한 사건은 “그냥 우주가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다.
무신론자인 그는 “그리움의 아수라장 속에서” 적는다. “나에겐 우리가 물질을 초월한 형태로 다시 만나리라는 믿음도 없다. 죽은 건 죽은 거라고 나는 믿는다.”
3. 덧붙이며
사진을 찍기 위해 지하 무덤으로 내려갔던 나다르, 아내를 찾고자 저승으로 내려갔던 오르페우스.
하지만 그들과 달리 상상의 지하세계로 내려갈 수 없게 된 인간이 운명은 얼마나 비극적인가.
꿈 속에서는 아직까지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 그리고 기억 속에서도 우리는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 아직도 고통스럽다면 그것은 “아직 잊지 않았기 때문”이며, 부재를 견뎌낼 수 있었다면 기억을 통해 사라져버린 “실재를 이 삶 속에 품어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억이라는 행위를 통해 사랑하는 이를 불멸케 할 수 있다.
“흰 대리석이 아닌, 종이로 지은 타지마할.”
이 책에 대한 영국 옵서버지의 평가이다...
'Myhome > 영화&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 교황(Two Popes, 2019) 줄거리&감상평 : 하나의 목적지, 두 개의 길 (1) | 2024.04.02 |
---|---|
플라톤의 약국, 문자를 발명한 테우트에 대한 타무스의 비판 (0) | 2024.04.02 |
스티븐 스필버그의 일대기, 파벨만스(The Fabelmans, 2022) : "영화는 꿈이란다, 영원히 잊히지 않는 꿈" (1) | 2024.04.01 |
로만 폴란스키 영화 [피아니스트] 줄거리 & 감상평 : 전쟁의 폐허 속에서 울려 퍼지는 피아노 선율 (2) | 2024.03.29 |
[리뷰] ‘플랜더스의 개' : 소년이 가진 것과 행복에 대하여 (2) | 2024.03.28 |

이제껏 함께한 적이 없었던 두 사람을 함께하게 해보라. 때로는 세상이 변할 때도 있지만, 그러지 않을 때도 있다. 그들은 추락해 불에 타오를지도 모른다. 혹은 타올라서 추락하거나. 그러나 때로, 새로운 일이 벌어지면서 세상이 변하기도 한다. 함께할 때 그들은 더 멀리, 그리고 더 선명하게 본다.
1. 작가 소개
우리나라에서는 한강씨가 맨부커상을 수상한 적이 있다. 이 책을 쓴 '줄리언 반스'도 한강보다 이전에 맨부커상 후보에 3번이나 오른 사람이다. 그는 영국태생으로 사랑 이야기를 쓰는데 능숙한 작가였으며 우리에게 잘 알려진 그의 책으로는《플로베르의 앵무새》《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등이 있다.
그의 소설들은 그에게 각국의 중요한 문학상들을 안겨 주었다. 그는 1980년 처음 발표한 처녀작 《메트로랜드》로 서머싯몸 상을 수상하고, 프랑스에서는《플로베르의 앵무새》로 메디치상을, 《내말좀 들어 봐》로 페미나상을 받았고, 독일에서는 1993년 함부르크의 퇴퍼 재단에서 주는 셰익스피어상을 받았다. 그는 옥스포드 대학을 졸업하고, 영어 사전 편찬자이자 영화 평론가로 일을 하며 꾸준히 소설을 집필하였고 이후 저명한 전업작가로 자리매김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잘 나가던 그의 삶에도 비극의 그림자가 드리우게 된다. 문학 에이전트이자 아내인 팻 캐버나와 사별하게 된 것이다. 팻 캐버나는 그에게 동료이자 인생의 동반자였다. 그는 아내의 죽음으로 이루말할 수 없는 상실감에 빠졌다. 실제로 그의 소설 대부분은 아내에게 바쳐진 것이다.
2. 책 소개
이 책은 줄리언 반스가 그의 아내 팻 캐바나와 사별한 지 5년 만에 내놓은 에세이이자 회고록이다.
책 속에는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의 이미지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원작 제목은 원래 ‘Levels of Life’로 한글로 번역하면 '인생의 층위들'이다.
1부에서 3부까지 각각 하늘, 땅, 지하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높은 하늘에서 시작해서 지하세계로 하강하는 오르페우스처럼 말이다.

1. 제1부 비상의 죄 - 하늘
제1장은 19세기 후반 기구를 타고 하늘에 올라갔던 세 명의 실존인물
프레드 버나비, 사진작가 나다르,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에 대한 이야기이다.
또한 열기구(비행)과 사진술에 관한 일종의 역사서이자 르포르타주이다.
이제껏 하나인 적이 없었던 두 가지를 하나로 합쳐보라. 때로는 합쳐질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최초로 열기구를 타고 상승했던 필라트르 드 로지에는 두 가지를 하나로 합쳤고, 1785년 6월 15일 순풍이 부는 듯 보이자 파 드 칼레에서 비상을 감행했다. 멋진 신기계는 신속히 떠올랐지만, 해안선에 미처 가 닿기도 전에 수소 풍선 윗부분에서 불꽃이 이는 것이 보였다. 모든 것이, 희망에 찬 기구 전체가, 한 목격자의 관찰에 따르면 마치 천상의 가스등처럼 보이다가 지상으로 추락했고, 두 파일럿 모두 죽고 말았다.
열기구를 타고 하늘로 날아오른 기쁨도 잠시, 모험가들은 결국 지상으로 추락해 죽고 만다.
이 책의 제목처럼 사랑은 그렇게 아름다운 장밋빛으로 끝나지 않는다.
삶은 유한하고, 이 세상은 우리가 있기 전부터 있어왔고 우리가 죽은 후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이 비극으로 끝나더라도 사랑을 했던 기억은 오랫동안 남아 남겨진 사람을 살아가게 한다.
이것이 바로 사랑이 가진 속성이고 사람들이 사랑을 갈망하는 이유이다.

2. 제2부 평지에서 - 땅
모든 사랑이야기는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아니었대도, 결국 그렇게 된다. 누군가는 예외였다고 해도, 다른 사람에게 어김없다. 때로는 둘 모두에게 해당되기도 한다. 그런데도 어찌하여 우리는 끊임없이 사랑을 갈망하는 것일까. 그것은 사랑이 진실과 마법의 접점이기 때문이다.
3. 제3부 '깊이의 상실' - 지하세계
그녀는 인생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녀의 육신, 그녀의 영혼, 그녀가 인생에 대해 품었던 빛나는 호기심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제 인생은 더 이상 그녀의 빛나는 호기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통은 기억에 풍미를 더해준다.
고통은 사랑의 증거다.
3부는 작가 줄리언반스가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심경을 털어놓은 에세이다. 앞선 1부와 2부가 상징적인 성격을 갖는 픽션이었을 뿐이라면, 3부는 작가 자신의 성찰을 그린 부분이자 진실된 회고록이다. 그는 사별의 아픔이 사랑의 깊이를 상실하는 데서 생겼다고 말한다.
'하나의 죽음은 그 자체를 설명할 수 있을지 몰라도, 다른 죽음에는 한줄기 빛조차 비추지 못한다'
그는 E. M. 포스터의 말을 인용하면서, 사별 이후에 찾아 오는 비탄의 감정은 상상불가능할 뿐 아니라 절대로 미리 대비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휘몰아친 아내의 죽음이라는 횡포한 사건은 “그냥 우주가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다.
무신론자인 그는 “그리움의 아수라장 속에서” 적는다. “나에겐 우리가 물질을 초월한 형태로 다시 만나리라는 믿음도 없다. 죽은 건 죽은 거라고 나는 믿는다.”
3. 덧붙이며
사진을 찍기 위해 지하 무덤으로 내려갔던 나다르, 아내를 찾고자 저승으로 내려갔던 오르페우스.
하지만 그들과 달리 상상의 지하세계로 내려갈 수 없게 된 인간이 운명은 얼마나 비극적인가.
꿈 속에서는 아직까지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 그리고 기억 속에서도 우리는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 아직도 고통스럽다면 그것은 “아직 잊지 않았기 때문”이며, 부재를 견뎌낼 수 있었다면 기억을 통해 사라져버린 “실재를 이 삶 속에 품어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억이라는 행위를 통해 사랑하는 이를 불멸케 할 수 있다.
“흰 대리석이 아닌, 종이로 지은 타지마할.”
이 책에 대한 영국 옵서버지의 평가이다...
'Myhome > 영화&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 교황(Two Popes, 2019) 줄거리&감상평 : 하나의 목적지, 두 개의 길 (1) | 2024.04.02 |
---|---|
플라톤의 약국, 문자를 발명한 테우트에 대한 타무스의 비판 (0) | 2024.04.02 |
스티븐 스필버그의 일대기, 파벨만스(The Fabelmans, 2022) : "영화는 꿈이란다, 영원히 잊히지 않는 꿈" (1) | 2024.04.01 |
로만 폴란스키 영화 [피아니스트] 줄거리 & 감상평 : 전쟁의 폐허 속에서 울려 퍼지는 피아노 선율 (2) | 2024.03.29 |
[리뷰] ‘플랜더스의 개' : 소년이 가진 것과 행복에 대하여 (2) | 2024.03.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