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만 폴란스키 영화 [피아니스트] 줄거리 & 감상평 : 전쟁의 폐허 속에서 울려 퍼지는 피아노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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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ianist

(2002, Roman Polans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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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최고의 비극 중 하나로 꼽히는 나치의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는 종종 강렬한 영화나 책의 소재가 된다. 사회가 개인을 지켜주지 못하고, 사람들이 서로를 신뢰할 수 없는 전쟁 상황에서는 인간의 추악한 내면과 본성이 민낯 그대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인간의 잔혹함, 그리고 그 이면에 있는 따뜻함, 사람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전쟁을 소재로 다룬 영화들이다. 나는 이런 영화에 매료된다. 인간의 모든 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홀로코스트 소재로 한 걸작 : 널리 알려진 작품으로, <인생은 아름다워>, <신들러 리스트>, <안네의 일기>, <줄무니 파자마를 입은 소년>, <바스타즈: 거친녀석들> 등이 있다. 세계 2차대전올 다룬 영화들은 주로 나치가 유대인을 어떻게 대했는지 그 끔찍한 비극을 보여주는데 여념이 없다. 이런 영화들에서 나치 군인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으로 묘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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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차대전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인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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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화 피아니스트는 조금 다르다. 
 
피아니스트는 홀로코스트와 인종차별 문제를 객관적이며 인간적인 시선으로 보여준다. 유대인은 희생양으로, 폴란드인은 나라 잃은 애국자로, 나치 독일인은 잔혹한 전범으로 비춰주는 수많은 작품들과 달리, 제2차 세계 대전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인간상을 균형 있게 비추려고 노력했다.
 
같은 유대인의 음식을 뺏어먹는 유대인, 나치에 협력한 유대인 경찰이지만 주인공 슈필만을 건져준 이츠학, 슈필만을 도와주는 듯 했지만 이름을 팔아 뒤통수를 친 안텍, 그리고 이 영화에서 숨을 멎게 하는 하이라이트 - 게토에서 숨어지내던 슈필만을 발견하고, 몰래 도와주는 독일군 장교 빌헬름 호젠펠트. 이 사람은 슈필만뿐만 아니라 많은 유대인들을 몰래 도와준 실존 인물이다.
 

 
 
<피아니스트>는 전쟁이 장기화되며 사람들의 생활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주인공 슈필만은 폴란드에 사는 유대인이다. 
 
영화 초반부에서 슈필만은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라디오 스테이션에서 연주를 하던 잘 나가는 피아니스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방송국에 의문의 폭격이 일어난다. 그로 인해 방송국은 무너져버리고 그는 직장을 잃게 된다. 1939년 폴란드가 독일의 침공을 당하게 되자 유대인인 슈필만과 그의 가족들은 바르샤바에 갇혀버린다. 그리고 그는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식당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일을 하게 된다. 
 
전쟁이 심화될수록 슈필만의 삶은 궁핍하고, 괴로워진다. 그의 피아노 연주는 처음에 모든것을 보장 받는 환경에서, 모두의 관심 속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 다음, 그는 어느 식당에서 사람들의 무관심속에 피아노를 연주하게 되었으며 손님들에게 거친 욕설을 듣기도 한다. 영화 중반부, 가스실로 보내질뻔 했지만 운좋게 목숨을 건진 슈필만은 게토 내외를 오가며 나치를 피해 숨어 지낸다. 그 때부터는 그는 나치에게 들낄까봐 더 이상 피아노 연주를 할 수 없게 된다. 이 때 부터 슈필만은 폐허와 같은 파괴된 건물 안에서 추위와 식사 부족으로 생사를 헤매인다. 후반부, 그가 독일군 장교 호젠펠트를 만나는 장면에서는 더 이상 그의 모습에서 인간의 존엄이 느껴지지 않는다. 수염은 덥수룩한 털보 수준으로 깎지 못했고, 옷은 심하게 헤지고 지저분하며, 한쪽 다리를 질질 끌면서 버려진 음식을 찾는다.  피아니스트도 전쟁앞에서는 나약한 인간에 불과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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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참혹함을 예술로 승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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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의 클라이맥스는 폐허가 된 건물 속에서 독일 장교 호젠펠트가 슈필만을 발견하는 장면이다. <피아니스트>는 이 장면 하나를 위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씬은 영화를 본 사람들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군복을 입은 독일인 장교가 슈필만이 숨어 지내는 폐건물에 들어온다. 깔끔하게 머리를 넘기고, 허리에 총을 찬 그의 모습은 자비 없고 차가워 보인다. 슈필만은 먹을 것을 찾다가 피클통을 발견하여 좋아하지만, 통조림을 따다가 소리를 내어 독일군 장교에게 발각되고 만다. 그는 그 자리에서 얼어 붙고,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다. 둘의 만남은 긴장과 적막으로 가득해서 보는 사람을 숨 죽이게 한다. 
 
하지만 독일군 장교는 바로 그를 죽이지 않고 그의 직업을 물어본다.

 

 

 
장교는 그에게 피아노를 한 번 쳐 보라고 한다. 슈필만은 이 연주가 생의 마지막 연주라고 생각하고 온 힘을 다해 피아노를 연주한다. 폐허에서 울리는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와 긴장감. 이 장면에서 소름이 돋았다. 그의 연주를 들은 독일 장교는 생각에 잠기더니 슈필만을 죽이지 않았다. 오히려 입고 있던 외투까지 벗어주며 조용히 그 곳을 떠났다. 슈필만은 이 날을 기억하며, 전쟁이 끝난 뒤 자신을 도와준 장교를 만나러 찾아 간다. 하지만 다른 군인으로부터 그는 수용소에 갇혀 있어 만날 수 없다는 말만 듣고 돌아오게 된다.
 
이처럼 가시밭 같은 전쟁의 그늘 속에서도 인간의 따뜻한 마음과 사랑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 <피아니스트>
 

 
<피아니스트> 속의 여러 장면은 전쟁 당시 찍힌 사진을 오마주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실제 바르 샤바 게토 봉기 사진을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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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 인물과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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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인물인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슈필만(1911~2000)은 폴란드 태생의 유대인으로 이 영화는 그의 생존수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71살까지 살았으나 그를 살려준 독일군 장교 호젠펠트는 연합군에게 생포되어 1952년 포로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한다.  죽음의 갈림길 앞에 선 유대인 피아니스트의 재능을 알아보고, 쇼팽 선율의 아름다움과 피아니스트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던 독일군 장교가 일찍 세상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이 두 사람은 멋진 예술가와 관객으로 재회했을 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