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는 문자 쓰기를 거부했고, 플라톤은 권장했다.

목숨을 구걸하지 않고 독배를 마시는 소크라테스
데리다의 '플라톤의 약국(Plato's Pharmacy, 1968)'에서
소크라테스는 음성언어가 문자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다음의 신화를 인용한다.
이집트의 신 중 '테우트'라는 이름을 가진 발명의 신이 있었습니다. 그는 북부 이집트 전역의 위대한 신 타무스(아몬)에게 자신의 발명품인 문자를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테우트는 이렇게 소개했답니다.
"폐하, 이 지식의 가지는 사람들을 현명하게 만들고, 그들의 기억을 향상시킬 것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기억과 지혜를 위한 파르마콘(pharmakon)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타무스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기술의 발견자는 그것이 해를 끼치는지 이익을 주는지 판단하지 못하는 법. 문자의 아버지인 그대는 자식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식이 할 일을 정반대로 말하였구나. 문자를 쓰는 사람들은 기억을 훈련시키지 않고 잊어버리게 되리라. 그들은 무엇인가를 기억하는 내적인 능력 대신 문자라는 외부적인 기호에 의존하게 되리라. 그대가 발견한 파르마콘은 상기를 위한 것일 수는 있어도 진정한 기억을 위한 것은 아니다. 그대는 사람들에게 지혜의 실체가 아닌 외관만을 제공하였다. 사람들은 많은 것을 물려받겠지만 그렇다고 적절한 지식까지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실상은 매우 무지하면서도 지식을 갖춘 듯 보일 것이며, 사이좋게 지내기 어려운 사람들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들은 진실로 지혜로워지지는 않고 지혜롭다는 자만심만 갖게 될 것이다."

플라톤
문자가 생겨났다고 해서 교육과 생각은 퇴색되지 않는다. 생활양식이 변하는 것 뿐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텍스트를 읽는다는 것은 흐름과 집중력을 요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책을 읽다가 갑자기 공놀이를 하거나 거꾸로 읽거나 하지 않는다. 빼곡한 문자로 이루어진 책에는 서사와 인과관계, 맥락이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텍스트를 읽는 건 어떠한가? 책을 읽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다른 일을 하면서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뉴스기사 주변에는 복잡하고 집중력을 산만하게 하는 광고가 가득하다. 즉, 인터넷 세계에서 1페이지 다음이 꼭 2페이지라고 확신 할 수 없다. 1페이지 다음은 내가 누른 광고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신기술이 사람들이 텍스트에 접근하는 방법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새로운 발명이란 언제나 이런 것이다. 그것이 인류의 삶에 지대한 변화를 가져오지만 항상 빛과 그림자가 따르기 마련이다. 기술은 인류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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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는 문자 쓰기를 거부했고, 플라톤은 권장했다.

목숨을 구걸하지 않고 독배를 마시는 소크라테스
데리다의 '플라톤의 약국(Plato's Pharmacy, 1968)'에서
소크라테스는 음성언어가 문자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다음의 신화를 인용한다.
이집트의 신 중 '테우트'라는 이름을 가진 발명의 신이 있었습니다. 그는 북부 이집트 전역의 위대한 신 타무스(아몬)에게 자신의 발명품인 문자를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테우트는 이렇게 소개했답니다.
"폐하, 이 지식의 가지는 사람들을 현명하게 만들고, 그들의 기억을 향상시킬 것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기억과 지혜를 위한 파르마콘(pharmakon)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타무스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기술의 발견자는 그것이 해를 끼치는지 이익을 주는지 판단하지 못하는 법. 문자의 아버지인 그대는 자식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식이 할 일을 정반대로 말하였구나. 문자를 쓰는 사람들은 기억을 훈련시키지 않고 잊어버리게 되리라. 그들은 무엇인가를 기억하는 내적인 능력 대신 문자라는 외부적인 기호에 의존하게 되리라. 그대가 발견한 파르마콘은 상기를 위한 것일 수는 있어도 진정한 기억을 위한 것은 아니다. 그대는 사람들에게 지혜의 실체가 아닌 외관만을 제공하였다. 사람들은 많은 것을 물려받겠지만 그렇다고 적절한 지식까지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실상은 매우 무지하면서도 지식을 갖춘 듯 보일 것이며, 사이좋게 지내기 어려운 사람들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들은 진실로 지혜로워지지는 않고 지혜롭다는 자만심만 갖게 될 것이다."

플라톤
문자가 생겨났다고 해서 교육과 생각은 퇴색되지 않는다. 생활양식이 변하는 것 뿐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텍스트를 읽는다는 것은 흐름과 집중력을 요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책을 읽다가 갑자기 공놀이를 하거나 거꾸로 읽거나 하지 않는다. 빼곡한 문자로 이루어진 책에는 서사와 인과관계, 맥락이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텍스트를 읽는 건 어떠한가? 책을 읽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다른 일을 하면서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뉴스기사 주변에는 복잡하고 집중력을 산만하게 하는 광고가 가득하다. 즉, 인터넷 세계에서 1페이지 다음이 꼭 2페이지라고 확신 할 수 없다. 1페이지 다음은 내가 누른 광고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신기술이 사람들이 텍스트에 접근하는 방법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새로운 발명이란 언제나 이런 것이다. 그것이 인류의 삶에 지대한 변화를 가져오지만 항상 빛과 그림자가 따르기 마련이다. 기술은 인류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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