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의 일대기, 파벨만스(The Fabelmans, 2022) : "영화는 꿈이란다, 영원히 잊히지 않는 꿈"

 

Movies are dreams that you never forget.
영화는 꿈이란다, 영원히 잊히지 않는 꿈

The Fabelmans(2022)

 

 
영화 파벨만스는 세계적인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의 일대기를 그린 자전적 영화이다.
 
잘 알려진 그의 작품으로는 <쉰들러 리스트(1993)>, <쥬라기공원(1993)>, <죠스(1975)>, <캐치미 이프유캔(2002)>, <백투더퓨쳐(1985)>, <인디아나 존스(2023)>,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 <맨인블랙(1997)>, <트랜스포머(2007)> 등이 있다. 
 
<파벨만스>는 어린 스티븐 스필버그가 부모님과 난생 처음 극장에 놀러 가서 영화와 사랑에 빠지게 된 순간부터, 카메라를 통해 일상을 촬영하게 되면서 가족의 비밀을 알게 된 후, 어른으로 감독으로 조금씩 성장하게 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집'과 '어린시절'에 대한 기억

---

 
꿈과 가족, 그리고 어린시절을 담은 영화 <파벨만스>. 스필버그는 <A.I.>(2001) 이후 11년 만에 직접 파벨만스의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영화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순간부터 세상에 공개되기까지는 무려 16년이란 긴 시간이 걸렸다.
 
그가 오랜 시간 동안 <파벨만스>를 대중 앞에 내놓을 수 없었던 이유는 바로 부모님 때문이었다. 그의 가족 이야기에 아름다운 장면만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그는 부모님이 살아 계실적에는 이 영화를 발표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의 부친은 2020년, 모친은 그보다 앞서 2016년에 사망했는데 양친이 모두 세상을 뜨고 나서야 아들은 기억 저편에 묻어 두었던 가족의 비밀을 빛의 세계로 꺼내올 수 있게 된다.
 
스필버그에게 유년의 집은 모든 것이 행복했고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그러나 소년의 집은 혼란스러웠고, 청년의 집은 긴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설령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조차도, 세월은 상처를 그리움으로 펼쳐 보는 힘을 준다. 

 

---

예술가 어머니 & 엔지니어 아버지

---

 
 

부모님의 손을 잡고 난생 처음 영화관에 간 새미(어린 스필버그). 큰 스크린 속에 영사된 기차의 전복 장면은 꼬마의 마음 속에 강렬한 기억으로 남는다. 새미는 집에서 아버지께 선물받은 기차놀이 장난감에 라이트를 비추고 자동차를 충돌시켜본다. 아버지는 아들이 왜 자꾸 모형 기차에 뭔가를 들이 받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섬세하게 제작된 장난감을 망가지게 두지 않는다.
 
하지만 예술적인 천성을 타고난 새미의 어머니는 일찍 아들의 재능을 알아 본다.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어 보려는거야.'  어머니 미치(미셸 윌리엄스)는 아버지 버트(폴 다노)의 8mm 카메라를 건네며 그 순간을 촬영해서 남기자고 제안한다. 새미는 자신이 찍은 기차 영화를 작은 옷방에서 영사기로 투사해본다. 새미가 손을 활짝 펼치면 손바닥이 스크린이 되고 그 위로 영화가 흐른다. 그 때부터 새미는 영화와 사랑에 빠진다.
 
스필버그의 부모님은 엘리멘탈의 앰버와 에이드처럼 서로 상반되는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다. 모친은 음악에 맞춰 즉흥적으로 춤을 추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을 좋아했다.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어머니는 새미가 예술적인 것들을 풍부하게 경험하고 꿈을 키워나가도록 따뜻하게 격려해주었다. 반면 그의 아버지는 새로운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에 몰두하는 엔지니어였다. 그는 일을 중요시했지만 자기만의 방법으로 가족들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사랑은 열심히 일해서 가족들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었다. 
 
스필버그는 유년 시절 집 안에 흐르던 어머니의 피아노 연주,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에 몰두하던 아버지의 열정과 여동생들의 생기발랄함, 온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던 유대인의 풍습 등의 아름다운 기억을 스크린에 담았다.

 

 

---

소년의 청소년기 - 어머니의 비밀을 알게 되다

---

 

 
어린 스필버그의 삶과 영화의 중심엔 그의 어머니가 있었다. 어쩌면 그는 영화적 가공 없이 모친에 대한 온전한 그대로의 기억과 사랑, 그리고 상처를 촘촘히 정직하게 회상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던 소년은 이미 십대 시절에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어 내고 모친의 응원을 받는다. 처음에는 가족과의 일상을 짤막하게 담았으나, 이후 친구들을 동원해 단편 서부극 <더 라스트 건>(1959)을 만든다. 15세 때에는 40분짜리 전쟁영화 <탈출구가 없다>(1961)를 만들어 10대 영화제에서 우승한다. 
 
하지만 그러던 어느 날, 새미가 어머니와 예전처럼 행복하게 지낼 수 없게 되는 사건이 하나 발생한다. 이 사건으로 화목했던 가정의 행복은 산산조각이 나버린다. 소년은 가족들과 보낸 즐거운 시간을 카메라에 담기로 하는데, 우연히 필름을 돌려 보다가 그 속에 담긴 어머니 '미치'의 비밀을 발견하게 된다. 미치는 아버지의 절친인 베니와 밀회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된 충격으로 새미는 영화에 대한 흥미마저 잃어버린다.
 
얼마 후 아버지 버트가 새 직장을 얻게 되고, 새미 가족은 캘리포니아로 이사를 간다. 베니는 작별 선물로 새미에게 멋진 카메라를 선물하지만, 어머니의 밀회상대에게 선물을 받고 싶지 않았던 새미는 쌀쌀맞게 거절한다. 베니는 새미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공짜로 주는 것은 아니라며 35달러를 주고 나에게서 카메라를 구입하라고 말한다. 베니는 결코 이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을 거라고 다짐한다.
 

 

새 집에서 새미와 그의 가족들은 그리 행복하게 지내지 못한다. 엄마 미치는 술을 마시는 날이 잦아지고, 신경 과민에 시달린다. 새미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며 적응을 어려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베니 없이는 삶이 고통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느낀 미치는 다시 애리조나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이것은 곧 둘의 이혼을 의미했으며, 가족의 영원한 해체이자 작별이었다. 새미의 아름답고 화목했던 가족의 기억은 유년시절의 애리조나에서 끝나 버린다.
 
소년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서로를 사랑했지만, 그들의 사랑은 그 종류가 다른 것이었다.  미치에게는 버트가 아무리 노력해도 채울 수 없는 마음의 빈자리가 있었다. 버트는 가족에게 필요한 것을 해주고, 곁에서 도와주는 그런 소나무같은 사랑을 했다. 하지만 미치는 순간을 즐기고 감정을 교류하는 사랑을 원했다. 그래서 둘은 서로 함께 할 수 없었다.

---

 

---

부모님의 이혼, 그리고 다시 손을 댄 카메라

---

 

 

 

 

나는 미치와 버트가 엄마와 아빠는 헤어져서 따로 살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았다. 이 장면에서 영화의 감정적 효과가 극대화된다. 가족들의 슬퍼하는 모습이 점차 침묵으로 바뀌며,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새미는 화면 밖으로 빠져 나온다. 처음에 새미는 동생들과 이혼소식을 듣고 있던 피사체였으나 곧 카메라를 들고 가족의 모습을 촬영하는 제3자가 된다.

 

이것은 세월이 지나 어른이 된 스필버그가 당시에는 감당하기 어려웠던 기억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회상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부모님의 이혼 결정 소식을 들은 순간, 그를 구제하듯 힘들었던 현실을 벗어나게 해준 건 결국 영화였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

 

새미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졸업생들의 세리머니 ‘땡땡이의 날’을 촬영한다. 그는 베니가 준 아리 플렉스 카메라로 찍은 16mm 필름을 방에 앉아 편집한다. 이를 본 동생 레지(줄리아 버터스)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영화를 만들 수 있냐고 묻자 샘은 말한다. “우리는 다른가 보지.” 그리고 좀처럼 걱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동생에게 자신이 만든 영화를 미리 봐달라 부탁하며 함께 영화를 본다.

 

 

---

<파벨만스> 명대사 & 스틸 컷 -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

줄거리를 마치며

---

 

 

 

어느 날 애리조나에서 어머니로부터 편지가 도착한다.

편지 안에는 잘 지내고 있다는 말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는 미치의 모습이 있었다.

 

더 이상 미치과 함께 할 수 없는 버트는 괴롭다.

 

I know it, We've gone too far in our story to actually say "the end"
We're never not going to know each other, Sammy.

우린 끝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어.
우린 절대 서로를 모르는일이 없을거야.

 

미치를 향한 버트의 사랑,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 1993)이라는 영화에서 아버지의 메세지가 떠오른다. 

 

인생은 예술품이 아니고, 순간은 영원한 것이 아니란 걸...
완전한 이해 없이도 우리는 완벽하게 사랑할 수 있다

 

---

 

 

 

추억은 때때로 어느 한순간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을 자아낸다. 그것이 어둡고 힘들었던 기억이라도 말이다. 그리고 그런 기억은 예술에 풍미를 더해준다. 스필버그는 그리운 마음을 '집'이라는 공간으로 추억하며 영화를 보는 관객들을 그의 어린 시절로 초대한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집'의 기억. 기억의 조각으로 지은 집 '파벨만스'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스필버그의 기억 속으로 걸어들어가 완성한 가족의 연대기.

---

 

<파벨만스> 명대사 & 스틸 컷 -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파벨만스’ 빛에게서 영화에게, 꿈에게서 소년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