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제일 좋아하는 웨스앤더슨 영화 중 하나인 The Grand Budapest(2014)
영화 끝부분에서 거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제로 무스타파에게 젊은 기자가 묻는다.
“무슨 이유로 돈은 많이 들고 적자투성이인 이 비운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막대한 재산을 들여 맞바꾼 건가요?"
이 장면에서 구스타브의 품위에 경의를 표하는 제로의 모습이 드러난다.

Young Writer: Is it simply your last connection to that banished world - his world, if you will?
젊은 작가 : 이 호텔이 그 사라져버린 세상, 말하자면 그의 세상과 선생님을 이어주는 마지막 끈입니까?
Mr. Moustafa: His world? No, I don't think so. You see, we shared a vocation, it wouldn't have been necessary. No, the hotel I keep for Agatha. We were happy here, for a little while. To be frank, I think his world had vanished long before he ever entered it. But I will say, he certainly sustained the illusion with a marvelous grace.
제로 무스타파 : 그의 세상? 아니. 그렇지 않아. 우리는 소명의식을 함께했지. 그러니 그럴 필요는 없었네. 아니, 이 호텔은 아가사를 위한 걸세. 우린 여기서 행복했네, 잠깐은. 솔직히 내 생각에 구스타브의 세상은 그가 들어서기 오래전에 이미 사라졌지. 하지만 말하건대, 그는 훌륭한 품위와 함께 그 환상을 분명히 지켜냈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배경은 1930년대 유럽의 허구의 국가인 '자브로카'라는 곳이다. 이 시기는 역사적으로 유럽에서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던 때이다. 그래서 영화에서 등장하는 사건들은... 두 전쟁 사이에 나타나는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변화를 보여준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최고 경영자 무슈 구스타브는 최고급 호텔을 만들어가며 매일 멋지고, 즐겁게 살아가지만 현실적으로 이 시기는 전쟁으로 인해 점점 호텔 경영이 악화되고, 상황이 어려워진 시기이다.
특히 무슈 구스타브와 제로가 기차에서 군인으로부터 검문을 당하는 장면이 두 번 나오는데, 이 장면들은 이들이 살아가는 현실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각박해 졌음을 보여준다....
첫번째로 만난 군인은 구스타브가 경영하던 호텔에 자주 왔던 손님의 아들이었다. 구스타브는 군인이 어린이였을때 자신이 귀여워 해 주었던 이야기를 하고, 그 군인은 구스타브를 알아보고 존경심을 표하며 임시 통행증을 발급해준다. 즉, 이 시기에는 전쟁이 시작되었음에도 사람들 사이에 약간의 자비가 아직 남아 있던 시기로... 인맥 같은 것들이 통하고, 인정머리가 남아 있었던 마지막 시기이다...

무튼 군인이 구스타브의 목숨을 살려준 이유는, 군인이 과거에 구스타브가 자신에게 보여준 친절과 인간적인 면모를 기억했기 때문이다. 군인은 그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구스타브의 목숨을 살려주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 장면은 전쟁 중의 비인간적인 상황 속에서도 인간적인 면모와 친절이 어떻게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순간이다.


하지만... 몇 년뒤, 구스타브가 기차에 탔을 때에는 두 번째 군인에게 죽음을 맞이 할 수 밖에 없었다. 구스타브는 첫 번째 군인에게 했던 것처럼 친근하게 말을 걸고, 위기를 모면해 보려고 노력하지만 예전과는 달리, 인간적인 노력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길어진 전쟁으로 인한 사회의 혼란 속에서 개인이 겪는 비극과 상실...... 구스타브는 자신의 충성심과 삶의 원칙을 지키려 했지만, 결국 정치적인 상황과 권력의 갈등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 장면은 전쟁 속에서 사람들이 겪는 고통과 삶의 불확실성을 강조하고, 인간의 운명과 시대의 변화가 어떻게 얽히는지를 보여 준다.

면접에서 재치있는 답변을 한 제로
제로의 답변이 마음에 든 무슈 구스타브는 그를 로비보이로 채용한다...
그의 이름 제로(Zero)처럼 가족도, 아무 것도 없던 제로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세상을 가르쳐 주었던 무슈 구스타브.
그는 제로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자, 세상에서 둘도 없는 친구였다.

그리고 제로가 사랑했던 여인, 멘들 빵집의 아가사...
위험한 순간에서도 그림을 지켰던 용감하고 지혜로운 아가씨
하지만, 행복할 줄 알았던 제로의 세상은...
전쟁과 함께 져 버리고 만다.
그의 잠재력을 알아보았던 무슈 구스타브는 그를 구하려다 총에 맞고,
아가사는 제로의 아이를 낳았지만...
프로이센 독감으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제로는 무슈 구스타브로부터 막대한 부를 상속 받았음에도
결국 또 다시 세상에 혼자 남겨지게 된다.

세상에 태어난 것은 비극이다.
누구나 평생 시련과 고통을 겪는다....
전쟁, 인플레이션, 과로, 사랑과 이별 모든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이 영화를 보고 든 생각은....
결국 태어난 이상
이 세상의 아름다운 면에 집중하며 즐겁게 살아갈 지,
어두운 현실에 골몰하며 힘들게 살아갈 지는 우리 자신에게 달렸다는 것이다.
각박한 전쟁 속에서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라는 나만의 성을 짓고
환상 속에서 즐겁게 살아간 무슈 구스타브처럼....
나도 멋지게 살아가야겠다.
이 영화와는 별개이지만, 한 마디로
모르는게 약 vs 아는게 힘 이라는 것 중...
요즘의 나는 모르는게 약 이라는 말이 더 와닿을 때가 많다.
일찍이 세상을 알아버리는 것보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아이들처럼,
내가 지은 견고한 세계 속에서
나만의 가치를 품고 살아가야만이
진정 행복한 것이다....
다 쓰고 나니까 아저씨같네 말투가... ㅋㅋㅋ

구글링 하다가 저보다 더 잘 쓴 리뷰 하나 가지고 왔습니다~
http://topclass.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4890
당신의 인생을 바꿀 영화 〈15〉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 톱클래스
허구적인 구성물을 우리는 흔히 ‘판타지’라고 부른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햄릿〉에 등장하는 대사를 빌려와 판타지를 “진리라는 잉어를 낚아 올리는 허구적인 미
topclas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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