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서 블로그를 자주 못 쓰다가, 생일을 핑계로 이렇게 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14일에 참여했던 독서모임 이야기다.
카페꼼마 파랑새안과점



모임 장소는 카페꼼마 파랑새안과점. 처음 가봤는데, 공간이 정말 넓고, 열람용 책도 많아서 놀랐다. 그리고 책 큐레이션이 매대마다 놀랍게도 정말 잘 되어 있었다. 잠깐 둘러보는데도 여기가 천국인것 같았다.


그리고 1층에 걸린 큰 그림을 보는데, 와, 여기 카페 스케일 장난 아니구나 싶었다. 요즘은 서점이 책만 파는 서점보다는 이렇게 문화공간처럼 꾸며진 곳이 더 많아진 느낌이다. 카페인데도 책을 10% 할인해서 살 수 있고, 공간 자체가 꽤 쾌적하게 잘 꾸며져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책 분류 방식이었다. 소설, 과학 이렇게 나누는 게 아니라 “ㅇㅇ할 때 읽는 책” 같은 방법으로 글귀와 함께 큐레이션 해놓은 게 참 좋았다. 와… 여기 완전 내 스타일이다 싶었다.
테이블도 튼튼하고 넓어서 편했고, 2층에서도 키오스크로 주문이 가능한 점도 신기했다. 잔망루피 굿즈부터 광주극장에서 상영중인 영화도 홍보하는 섹션이 있었다.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고, 도대체 사장님은 어떤 분이시길래 이렇게 책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취향과 트렌드를 잘 아시는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지역 문화 이벤트까지 잘 알고 계신 것 같아 더 인상적이었다. 이런 공간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한 기분이 들었다.



시가렛걸 북콘서트
이 날 모임시간이 4시였는데, 2시부터 ACC에서 인도네시아 담배 산업의 근대사와 로맨스를 다룬 이야기 ‘시가렛 걸’ 북콘서트가 있었다고 한다. 나는 사전 예약에 실패해서 못 갔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현장 예약도 받았다고 한다. 여기 다녀오신 분들이 계셨다.
다녀오신 분들의 이야기도 듣고 팸플릿을 빌려볼 수 있었다. 팸플릿에 한 구석에 인도네시아 정향 나뭇가지 한 조각이 붙어 있었다. 정향은 말린 꽃봉오리 향신료로, 학명은 Syzygium aromaticum, 인도네시아 말루쿠 제도가 원산지다. 향이 워낙 강해서 음식, 향료, 약재, 담배까지 다양하게 쓰인다고 한다.
직접 향을 맡아볼 수 있었는데, 달콤하면서도 어딘가 책 소독기에서 맡아본 듯한 콜라 같은 향이 났다. 현장에서 질문하면 다섯 명에게 책을 나누어 주신다고 해서 손을 들셨다고 하는데 현장 분위기가 상상이 갔다. 그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재밌었다 ㅋㅋ 넷플릭스 시리즈로도 나온 작품이라 책을 안 보고 영상으로 접한 분들도 많았고, 참석 인원도 꽤 많았다고 한다. 아… 나도 갔어야 했는데… 괜히 더 아쉬워졌다 ㅋㅋ



그리고 옆에서 나무님께서 말씀해주셨는데, 인도네시아 크레텍 담배에 들어가는 그 정향이 샹그리아 같은 음료에 향을 낼 때도 쓰인다고 한다. 달짝지근한 향이 특징이고, 에바님께서 담배로 태울 때는 잎이 타면서 치지직 치지직 하는 소리가 난다고 하는데, 그 설명을 듣는데 이상하게 낭만이 느껴졌다.
나도 예전에 인도네시아 발리를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때의 낯설고 습한 공기와 힌두교 향 냄새, 이국적인 분위기가 같이 떠올랐다. 전통 의상의 색감, 루왁커피의 향, 자연을 존중하는 느낌, 아름다운 바다와 성실하게 자연에 모든 것을 내어준 사람들. 참 묘하게 신비로운 곳이었다.
크레텍을 피우면 “크레텍, 크레텍” 하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이름이 크레텍이라고 한다.
이렇게 소리가 나는 이유는 담배에 잘게 부순 정향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불이 붙으면 정향 속 에센셜 오일(유제놀)이 튀면서 작은 폭죽처럼 “지직” 하는 소리가 난다.
그래서 일반 담배와는 다르게 타는 소리와 향이 동시에 느껴진다고 한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거리에서 크레텍을 피우는 사람 옆에 서 있으면
달콤한 향과 함께 타닥타닥 소리가 들린다는 글을 보았다.


자유 도서 추천의 시간













이번 독서 토론은 자유 도서 추천 시간이었다. 책 취향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처럼,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보면 취향이 보이는 것처럼, 처음 보는 분들의 책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했던 책갈피 선물도 받았다. 소소하지만 꽤 알차고 채워진 시간이었다.
1. 침묵 / 엔도 슈사쿠 (과슈님)
- 17세기 일본 나가사키를 배경으로 한 작품
- 크리스천 탄압(신앙을 부인해야만 살 수 있는 사회적 상황)
- "모든 사람은 존중받아야 한다"
- 내 안위보다 만인의 평등을 위해 믿음을 펼치는 수도승 이야기
2.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오빠 강민호 / 이기호 (나무님)
- <운수좋은날>처럼 슬픈 이야기지만 해학적으로 풀어낸 소설
- 주인공 소설가 이기호
- 이기호의 사인본 소설을 당근에 올리고 신랄하게 비판한 '제임스 셔터내려'
- '셔터내려'에게 모욕감을 느낀 주인공이 기차를 타고 그를 잡으러 가는 에피소드
3.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 태수 (노을님)
- 힘을때 읽으면 좋은 책
- 행복은 불행해지지 않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짜릿함보다는 안도감에, 특별함보단 일상적임에 더 가깝다.
- 아무 탈 없이 일할 수 있어서, 아픈 곳 없이 가족과 통화할 수 있어서,
- 희망은 없어도 절망도 없이 내일을 또 살아갈 수 있어서 행복할 수 있는 게 지금의 내 삶이다.
- 기쁜 일이 없는 하루가 아니라 나쁜 일이 없는 하루니까
4. 그 말이 듣고 싶었어 / 이서원 (겸둥이)
- 나를 살리고 너를 살리고 우리를 살리는 말의 힘
- 하고 싶은 말을 하면 속이 시원하지만 화살처럼 직선의 말이 나간다
- 말 사용법 : 내가 하고 싶은 말보다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을 하는 것
- 에피소드 묶음 형식의 에세이라서 가볍게 읽기 좋아요
예) 회에서 무슨 소리가 나서요, 고향 떠난지 좀 오래됐다고...
5. 기대를 현실로 바꾸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 / 사이토 다카시 (다온님)
- 사람에게는 타인과 어울리는 시간뿐 아니라 스스로를 채우는 고독의 시간이 필요함
- 혼자 보내는 시간에는 두 가지 정체성이 있다
-> 고립 : 사회적으로 소외되며 수동적으로 맞이하게 되는 시간
-> 고독 : 사람에게 필요한 시간, input
6.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아고타 크리스토프 (에바그린님)
-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쌍둥이 형제 이야기 (3부작 소설)
- 제1부 : 어린 시절, 생존본능이 강한 모습
- 제2부 : 한 형제는 마을을 떠나고, 남겨진 청년에게 이름과 삶이 생김.
- 제3부 :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 반전이 있는 전개
- 우리는 어린 시절에는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지만 살아가면서 스스로를 알아가게 된다.
7. 단 한번만의 삶 / 김영하 (지그프리트님)
-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회상
- 철학적인 질문: 테세우스의 배
- 테세우스가 죽은 뒤에도 그 배를 여전히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를 수 있는가
- 이처럼 10년전의 나, 오늘의 나와 같다고 할 수 있는가?
- 나라는 것은 수많은 타인의 마음에 비친 감각들의 총합
8. 나의 첫 월배당 etf / 김정란 (승미13님)
- 요즘 읽고 계신 책, 논외로 넷플릭스 다큐 <이상한 동물원> 추천 해 주셨습니다.
- 강아지, 고양이에게도 우리가 이름을 부르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처럼
- 우리도 서로 '잘했어. 고마워' 토닥이며 괜찮은 느낌으로 살아간다
- 중요한 것 : 건강, 그리고 가진 것에 감사하는 삶의 마음가짐
9. 방구석 미술관2 / 조원재 (미소님)
- 2편은 한국 미술가들의 삶과 작품 다룬다
- 오늘 천경자 화백의 우여곡절 많은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 천경자 화백의 영감과 원천: 고독과 고통
- 안정적인 생활을 포기하고 해외 여행을 하며 계속 작품 활동을 이어간 삶
10. 지각의 현상학 / 모리스 메를로퐁티 (야미오님)
- (어려워서 제대로 썼는지 모르겠네요!)
- 작가가 세계를 보는 관점 : 나는 사물들 가운데 하나로 존재한다
- ‘나’에 대한 인식은, 사회와 타인의 관계 속에서에서 형성된다
- 근대와 다르게 현대에 이르러서는 주관적 경험과 인식이 중요시됨
- 근대철학에서는 외부가 내게 정보를 제공한다(객관주의)
- 현대철학에서는 내가 외부와 상호작용하며 느끼는 주관적인 인식
11. 아몬드 / 손원평 (화양연화님)
-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 소년이 사람들과 어울리며 성장하는 이야기
- 이런 어려움이 있는데도 사람들 사이에서 애쓰는 모습이 인상적임
- “이 친구도 이렇게 노력하는데 우리는 어떤가?” 자아성찰을 하게 함
- 희망을 주는 책
12. (읽어보고 싶은 책) 시가렛걸 / 라티 쿠말라 (에바그린님)
- 인도네시아 담배 산업과 사랑이야기를 다룬 작품
- Netflix 시리즈 <시가렛걸> 원작
- 로맨스(나쁜 남자)이야기, 한국 버전보다는 순한 맛
- 가져오신 팸플릿에서 정향 향기를 맡아볼 수 있어서 인상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오늘 서점에서 마음에 드는 책들을 발견하고 결국 주문까지 하게 되었다. 칼 융의 『레드북』과 『꿈의 해석』, 그리고 『분석심리학』이다. 요즘 들어 인간의 무의식과 내면에 대한 이야기들에 자연스럽게 끌리게 된다. 단순한 흥미를 넘어서, 나 자신을 조금 더 이해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진 것 같다.
그리고 서점에서 열람용 책을 보다가 우연히 로맹 가리의 『자기 앞의 생』을 발견했다. 몇 페이지 읽어보는데 생각보다 훨씬 몰입감이 있어서 금세 빠져들었다. 나는 원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나 『플로리다 프로젝트』,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플랜다스의 개』와 같이 어린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순수하지만 그 안에 현실의 무게가 담겨 있는 이야기들, 그리고 그 속에서 성장해가는 과정이 있는 작품들을 좋아한다.
모임이 끝나고 말차라떼를 시켜서 한 시간 정도 더 남아있으면서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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