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일이 있어서 광주 전남대학교 근처에 갔다가 시간이 남아서 그 앞에 있던 시립무등도서관에 들어갔다. 1시간 정도 시간만 떼우려고 했는데, 글자가 많은 책은 싫어서 그림이 많은 책을 고르던 중에 눈에 들어왔던 책 <유럽 도자기 여행: 서유럽편> 6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었지만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유럽 타일의 화려함이 눈을 사로 잡았다. 그래서 나중에 다른 편도 찾아 읽어보려고 사진까지 찍어 놓았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려청자가 유명한 것처럼 도자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리 생활에서 중요한 장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이 책에서 인상깊었던 부분은 유럽에서 도자기는 식기 뿐만이 아니라, 건축 장식 양식에서도 많은 부분을 자치 하고 있다. 특히 작가가 최고로 꼽은 아기자기한 '레브리하 공작 부인의 집'와 화려함의 극치인 '산타마리아 성당'을 보면 건물의 내부와 바깥 벽면, 바닥, 건물 앞 벤치까지 아름다운 타일장식으로 수놓아져 있다. 책을 읽으면서 매력적인 서유럽으로 떠나 거리 구석구석을 탐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브리하 공작 부인의 집'으로 가 보자.
스페인 전체에서 가장 아기자기하고 예쁜 집을 고르라면
나는 단연코 이 집을 가장 먼저 고르겠다.
- 작가의 말


p.29
세비야 역사지구의 좁은 골목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이 저택은 15세기에 지어진 후 16세기에 재건축되었다. 여러 귀족들을 거쳐 1901년 도나 레흘라 마농 메흐헤리나 레브리나 공작 부인의 소유가 된다. 어려서부터 고고학에 관심이 많아 여러 나라를 여행했고, 마드리드 왕립예술 아카데미 회원이자 헝가리 왕립예술아카데미 최초의 여성 회원인 그녀는 로마 시대 최고의 모자이크 수집가였다. 세비야에서 7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이탈리나 이탈리카(Italica; 현재 명칭은 산티폰제)의 로마 시대 유적지에서 거의 2세기 동안 도굴꾼들에게 약탈당하던 모자이크를 구해낸 것이다.
스페인의 도자기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711년을 주목해야 한다. 711년 이전에 서유럽 사람들은 토기로 만든 그릇을 쓰고 있었는데, 711년 이슬람의 우마이야 왕조가 이베리아반도를 침공하면서 이슬람 문화가 유럽에 전파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모양까지 그럴싸한 이슬람식 도자기가 유럽에서도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Alhambra Granada, Spain
스페인 알함브라 궁전

이슬람 지배 시기에 뿌리내린 도자기 양식은 국토회복운동(기독교)인 레콩키스타 이후로도 배척되지 않는다. 이곳을 다시 회복한 기독교 왕국들은 이슬람 문화의 영향을 받은 문화재들을 파괴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기독교 문화와 융화시킨다. 그 예가 유명한 알람브라 궁전이다. 그라나라에 있던 알람브라 궁전은 이슬람식으로 건축된 건물이지만 파괴되지 않고 오히려 스페인 특유의 기독교 문화와 융화되어 독특한 멋을 내며 발전했다. 스페인에는이슬람 문화의 화려함과 독특함이 곁들인 기독교 양식의 건물들이 제법 많다.
타일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이슬람풍의 세비야 알카사르 궁전.




타일은 특성상 시원한 느낌이 있어 더운 곳이 어울리지만 러시아나 동유럽에서도 왕궁을 꾸밀 때 타일을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지금도 세비야의 트리아나(Triana) 지역에는 이슬람 타일의 제작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은 공방들이 여러 군데 남아 있다고 한다. 또 세비야의 알카사르 지역은 가장 아름다운 타일 장식의 집합처이자, 세비야 타일의 역사를 알려주는 전시실이 위치한 곳이라고 한다.
Triana의 Ceramic Center


A weekend on the the tiles in Sevilla
타일 위에 비친 주말의 그림자


이 책에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유럽 타일들과 도자기, 그리고 아름다운 피렌체의 야경까지 유럽의 감성이 그대로 담겨 있다. 유럽
책을 읽으며 유럽의 거리를 걷는 듯한 느낌이 들고, 예쁜 무늬의 그릇들이 손에 잡힐 것처럼 생생했다. 그리고 도자기로 아름답게 수놓인 건축물의 역사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독자를 매료시킨다. 도서관에서나마 유럽의 낭만을 체험 해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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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책에서 인상깊었던 부분은 유럽에서 도자기는 식기 뿐만이 아니라, 건축 장식 양식에서도 많은 부분을 자치 하고 있다. 특히 작가가 최고로 꼽은 아기자기한 '레브리하 공작 부인의 집'와 화려함의 극치인 '산타마리아 성당'을 보면 건물의 내부와 바깥 벽면, 바닥, 건물 앞 벤치까지 아름다운 타일장식으로 수놓아져 있다. 책을 읽으면서 매력적인 서유럽으로 떠나 거리 구석구석을 탐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브리하 공작 부인의 집'으로 가 보자.
스페인 전체에서 가장 아기자기하고 예쁜 집을 고르라면
나는 단연코 이 집을 가장 먼저 고르겠다.
- 작가의 말


p.29
세비야 역사지구의 좁은 골목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이 저택은 15세기에 지어진 후 16세기에 재건축되었다. 여러 귀족들을 거쳐 1901년 도나 레흘라 마농 메흐헤리나 레브리나 공작 부인의 소유가 된다. 어려서부터 고고학에 관심이 많아 여러 나라를 여행했고, 마드리드 왕립예술 아카데미 회원이자 헝가리 왕립예술아카데미 최초의 여성 회원인 그녀는 로마 시대 최고의 모자이크 수집가였다. 세비야에서 7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이탈리나 이탈리카(Italica; 현재 명칭은 산티폰제)의 로마 시대 유적지에서 거의 2세기 동안 도굴꾼들에게 약탈당하던 모자이크를 구해낸 것이다.
스페인의 도자기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711년을 주목해야 한다. 711년 이전에 서유럽 사람들은 토기로 만든 그릇을 쓰고 있었는데, 711년 이슬람의 우마이야 왕조가 이베리아반도를 침공하면서 이슬람 문화가 유럽에 전파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모양까지 그럴싸한 이슬람식 도자기가 유럽에서도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Alhambra Granada, Spain
스페인 알함브라 궁전

이슬람 지배 시기에 뿌리내린 도자기 양식은 국토회복운동(기독교)인 레콩키스타 이후로도 배척되지 않는다. 이곳을 다시 회복한 기독교 왕국들은 이슬람 문화의 영향을 받은 문화재들을 파괴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기독교 문화와 융화시킨다. 그 예가 유명한 알람브라 궁전이다. 그라나라에 있던 알람브라 궁전은 이슬람식으로 건축된 건물이지만 파괴되지 않고 오히려 스페인 특유의 기독교 문화와 융화되어 독특한 멋을 내며 발전했다. 스페인에는이슬람 문화의 화려함과 독특함이 곁들인 기독교 양식의 건물들이 제법 많다.
타일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이슬람풍의 세비야 알카사르 궁전.




타일은 특성상 시원한 느낌이 있어 더운 곳이 어울리지만 러시아나 동유럽에서도 왕궁을 꾸밀 때 타일을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지금도 세비야의 트리아나(Triana) 지역에는 이슬람 타일의 제작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은 공방들이 여러 군데 남아 있다고 한다. 또 세비야의 알카사르 지역은 가장 아름다운 타일 장식의 집합처이자, 세비야 타일의 역사를 알려주는 전시실이 위치한 곳이라고 한다.
Triana의 Ceramic Center


A weekend on the the tiles in Sevilla
타일 위에 비친 주말의 그림자


이 책에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유럽 타일들과 도자기, 그리고 아름다운 피렌체의 야경까지 유럽의 감성이 그대로 담겨 있다. 유럽
책을 읽으며 유럽의 거리를 걷는 듯한 느낌이 들고, 예쁜 무늬의 그릇들이 손에 잡힐 것처럼 생생했다. 그리고 도자기로 아름답게 수놓인 건축물의 역사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독자를 매료시킨다. 도서관에서나마 유럽의 낭만을 체험 해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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